마르코 체키나토 프랑스 오픈에서 조코비치에 승리하며 4강진출



무명의 테니스 선수 마르코 체키나토가 프랑스 오픈에서 멋진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2위)가 프랑스오픈 8강에서 무명의 선수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공식 인터뷰에서 다소 황당한 돌발행동을 했습니다.
 
6월 5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8강에서 22번시드 조코비치가 마르코 체키나토(이탈리아, 72위)에게 3-6 6-7(4), 6-1 6-7(11)로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기 내내 목과 어깨의 불편함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한 조코비치는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 아웃을 요청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을 내비쳤습니다.
 
결국 두 세트 연속 내주며 패색이 짙었으나 그랜드슬램 14회 우승에 빛나는 선수답게 세 번째 세트를 완벽히 승리하며 재정비에 성공, 네 번째 세트에서도 4-1로 앞서가는 등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네 번째 세트 시작 전 체어 엄파이어의 허락 없이 자리를 비워 부여된 포인트 페널티와 각종 라인콜 시비로 급격히 무너지던 체키나토의 기를 살려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4-1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백핸드가 라인을 벗어났다는 심판의 판정에 항의한 체키나토는 네트 앞에서 계속 항의하였고 이에 조코비치는 체키나토에게 다가가 함께 공 자국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며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은 오히려 체키나토의 화를 수그러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이후 체키나토는 다시 평정심을 찾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뛰어난 스포츠맨십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로 유명한 조코비치가 이날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종종 보였다는 점입니다.
 
32강에서 라켓을 여러 차례 부러뜨리는 등 최근 들어 부쩍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조코비치는 3시간 26분에 걸친 혈투로 이어진 이 날 경기에서도 자주 감정의 기복을 보였는데 특히 네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 9-8로 앞선 상황에서 비교적 쉬운 포핸드 샷을 치려는 순간 관중의 고함으로 인해 에러가 유발되자 관중에게 화를 내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 세 번째 세트 포인트 기회를 놓친 후 그에겐 결국 다시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도 돌발행동이 나왔다. 선수의 유명세나 경기의 중요도에 따라 인터뷰룸이 배정되는 관행에 따라 조코비치는 규모가 가장 큰 메인 인터뷰룸에 배정되었는데 그는 예고 없이 가장 작은 인터뷰룸으로 직행, 때마침 소식을 듣고 참석한 몇 개의 매체와 5분 남짓한 인터뷰를 한 후 인터뷰룸을 빠져나갔습니다.
 
조코비치가 갑작스럽게 스스로 인터뷰룸을 변경하면서 공식 인터뷰는 스크립터(인터뷰 내용을 실시간으로 타이핑하는 사람)도 없이 진행됐다. 나중에 공개된 인터뷰 내용에서 그가 얼마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조코비치는 이날 패배에 대해 “그랜드슬램에서의 패배는 늘 실망스럽고 특히 이 대회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고 더 좋은 결과를 눈앞에 두고 놓친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매우 화가 난 표정의 조코비치는 인터뷰 초반 모든 질문에 짧게 대답하며 분노를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무엇이 문제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몇 개 있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하기 싫다”, 예전 기량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렵다. 인생에서는 많은 것이 어렵다”, 정확히 어떤 것이 어려운지에 대한 질문에는 “모르겠다. 미안하다. 모르겠다”, 잔디코트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모르겠다. 지금 당장 경기가 끝나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어떤 대답도 해줄 수가 없다. 지금은 테니스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평소 친근한 그의 모습과 달리 다소 무뚝뚝한 답변이었다.
 
그래도 조코비치는 자신을 꺾은 체키나토에게 축하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함께 멋진 시간을 코트에서 보냈기 때문에 비록 내가 지더라도 상대방을 축하하는데 단 한 번도 어려운 적이 없었다. 체키나토는 오늘 이길 충분한 자격이 있었고 내가 그를 잘 알기 때문에(두 선수는 오프 시즌에 이탈리아의 같은 아카데미에서 자주 훈련함) 그를 더욱 축하해주고 싶다. 코트를 벗어나면 패배를 늘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다”며 체키나토의 승리를 축하했다.
 
짧은 인터뷰 말미 부상의 수준에 대해 설명한 조코비치는 윔블던 참가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오늘 몸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고 부상 여부는 다시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는 잔디코트 시즌을 뛸 수 있을지 모르겠고 윔블던 참가는 더더욱 불확실하다”며 부상으로 인한 또 다른 장기 공백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프랑스오픈 직전까지 단 한 번도 그랜드슬램 본선 경기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었던 체키나토는 40년 만에 이탈리아 선수 중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르는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2016년 승부 조작 혐의로 18개월간 경기 출전이 금지되었다가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승소하기도 했던 체키나토는 오는 7일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7번시드 도미니크 티엠(오스트리아, 8위)을 상대로 꿈 같은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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