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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영화의 특별한 도입부가 있다고 하는데요. 어떠한 도입부가 특별한 것 일까요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 타이탄의 ‘타노스’(조슈 브롤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지구와 지구의 영웅들, 우주와 우주의 영웅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린다. 자신의 신념을 이루겠다고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소유할 작정으로 움직이는 그는 우주 최대의 악이자 우주 전체의 적이지만, 정작 본인은 공의를 실현하고 자비를 베푸는 우주의 지배자를 자처한다. 실상은 신이 되려 하나 신으로 보일 만큼 거대하나, 절대 될 수 없는 ‘타이탄’에 불과하지만.

영화는 ‘토르: 라그나로크’(이하 ‘라그나로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스가르드 인들과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 동료들을 우주선에 태우고 새로운 정착지를 향해 가던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는, 그가 보유한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인 테서렉트(스페이스 스톤)를 빼앗으러 온 타노스의 공격을 받고 무참히 패한다. ‘라그나로크’를 통해 진정한 신, 진정한 영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는데도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나 보다. 타노스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어찌 되었거나 이 도입부는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인피니티 워’를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지, 결말부를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은근슬쩍 흘리고 있는 까닭이다. 우선 신적 존재인 토르가 타이탄 타노스에게 패배했고, 그저 우주 전체를 집어삼키고 싶어 하는 줄 알았던 타이탄의 목적은 예상 외로 순수했다.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생명체들을 우주의 한정된 자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적당한 타이밍마다 딱 필요한 만큼, 부의 유무나 지위고하 등에 상관없이 없애겠다는 것.

우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소수의 희생. 왜 그 소수에 타노스는 해당되지 않는지 아이러니하긴 하다만. 이 정도면 거의 원대한 숙업이다.

‘블랙 오더’라 불리는 타노스의 부하들이 반복하는 대사가 있다. 타노스에게 죽임 당하는 일, 그의 원대한 숙업에 포함된 일을 영광으로 여기라는 것이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 아래에선, 수적 계산 아래에선 타노스가 주장하며 하고자 하는 바가 옳고 선하다.



하지만 어벤져스를 비롯한 우주 전체가, 그러니까 마블이 타노스를 최악의 적대자로 세우고 그의 판단과 행동을 그르고 악하다 여기는 것은, 그가 옮음을 앞세운 사고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가치 ‘생명’을 경시 혹은 누락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생명’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 수적 계산으로 다 이해하지도, 인식하지도 못할뿐더러, 어떤 신념이나 가치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다.

신은 이를 알고 있다, 아주 정확히.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살아 있도록 생명을 허락한 존재이니까. 그러나 타이탄 타노스는 모른다. 알 수도 없다. 그러니 공의의 실현만이 우주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우주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우주 전체의 생명체 중 반을 없앨 계획을 세우는 게다. 타노스가 신적 존재를 죽일 순 있어도, 거대한 몸을 내밀어 신처럼 굴 수는 있어도, 신은 절대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패배의 처참한 자리에서 다시 몸을 일으킨 토르는, 타노스와 그가 몰고 올 거대한 참상을 막기 위해, 우주의 생명과 그들의 현실을 지키기 위해 온 존재를 내던져 맞붙을 작정이다. 우주 각지에서 온 조력자들과 어벤져스 및 지구의 히어로들과 함께. 사실, 신적 존재인 그에게 패배란 없다. 타노스와의 첫 번째 대립에서 얻은 패배 또한, 그가 죽지 않았으니, 과정 가운데 있기 마련인 실패일 따름이다.

마블의 세계는 현재, 마블의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누군가의 악질적인 욕망에서라기보다, 올곧은 신념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생명마저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고방식과 그로부터 비롯된 오만한 구원 행위가 가져온 사상 최악의 위기란 점이다.

토르를 앞세운 히어로들이 어떻게든, 언제가 되었든 결국 승리할 것이다. 옳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건, 설사 패배로 보일 수 있는 실패를 얻었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힘을 가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패배했다고 옳음이 틀림이 될 순 없으며 옳음은 결국 옳음의 결말로 이끌어갈 테니. 그래서 ‘인피니티 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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