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순경에서 경찰청장까지의 역경...  명예로운 정년



이철성 경찰청자이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36년간 쉼없이 달려온 경찰 생활의 마지막 한 주를 보내고 오는 30일부로 정년 퇴임한다. 역대 경찰 수뇌부 중에 송사에 시달리거나 영어의 몸이 된 사례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청장은 '명예로운 퇴직'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역대 청장 중 존경할 만한 '위인'이 별로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올 만큼 평가가 박한 조직에서 이 청장은 임기를 온전히 채우고 물러나는 세 번째 수장으로 남게 됐다. 정년 나이 제한에 걸려 임기를 두 달 남기고 물러나게 됐지만, 경찰 안팎에선 실질적으로 임기를 다 채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청장은 1982년 순경으로 입직했다가 1989년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되면서 경찰에 두 번 '입문'했다.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경사로 근무하던 중 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진다. 순경으로 시작해 치안총감까지 전 계급의 요직을 두루 거친 유일한 경찰입니다.

이 청장이 2016년 7월 말 경찰청장으로 오르는 데에는 천운과 관운이 동시에 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직 경로가 다양한 경찰 조직에서 전임자가 경찰대 출신이라 오히려 비(非) 경찰대 출신이란 점이 조직 내부의 불만과 유·무형의 반발을 차단하는 적합한 인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구·경북(TK) 출신 인사가 즐비한 박근혜 정부에서 TK와 거리가 먼 경기 출신 인물인 점도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데 적잖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내정 당시 경쟁 상대였던 서울경찰청장은 의경 복무 중이던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 관련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차기 경찰청장 후보에서 낙마했고, 부산경찰청장도 관내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여학생 성관계 사건이 불거져 조직 관리 능력에 흠집이 나면서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는 수장에 오른 지 몇 개월 안 된 이 청장의 리더십과 정무적 감각을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1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집결한 유례 없는 대형 집회에서 과잉진압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 집회 관리는 비폭력 평화 시위로 이어져 전 세계적인 찬사와 평가를 받았습니다.

촛불 정국 등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청장의 안정적인 치안 관리는 차기 청장을 고민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점을 받는 데 주효했다. 흔히 대한민국에서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당국 수장 중 이 청장은 전 정권 출신 인사로는 유일하게 살아 남았습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사회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요구가 쇄도하는 격변의 시기에 경찰 개혁에 가속도를 낸 것도 주요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개혁의 무게중심을 '인권 경찰'에 두고 집회 시위에서 살수차 및 강제해산을 자제했으며, 피의자 조사와 유치장 시설 보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찰의 낙후된 인권지수를 끌어 올렸다. 또 인권 침해 논란을 낳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비롯해 용산 화재 참사, 평택 쌍용차 파업 등에 대한 진상조사도 지시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사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가 추모하고 백남기 농민 유족에게 거듭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찰 안팎으로 거센 반발에 시달리며 "정권 입맛에 따라 스탠스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전환기에 동요가 클 수 있는 조직을 잘 다잡고 새 정부의 요구 사항을 큰 저항 없이 조직에 전파시킨 안정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인권경찰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은 오랜 숙원이었던 수사권 조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물론 재임 기간 중 잡음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광주 민주화의 성지' 게시물 삭제 논란, 청와대 사표제출 보도 등이 잇따라 나오며 중도 사퇴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번 위기 순간마다 오히려 청와대의 재신임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집권 초반 검찰 개혁이라는 국정과제 추진에 우선순위를 뒀던 문재인 정부의 전략도 맞물려있다. 검찰 뿐 아니라 경찰과도 갈등을 빚을 경우 자칫 수사권 조정이 표류하고 국정 운영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청장은 퇴임 후 새로운 진로 탐색 대신 한동안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청장들의 경우 퇴임 후 으레 정치권 진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 청장이 경찰 제복을 벗자마자 곧장 정치인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은 별로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청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 유관기관도 많지 않은 데다 후임 청장의 지시를 받는 관련 기관장으로 가기도 모호해서 한동안 쉬면서 활동 방향을 구상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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